세상이야기모아
탐욕이 판친 월가, 그곳은 악마의 도시였다
정이있는마루
2011. 10. 16. 12:14
탐욕이 판친 월가, 그곳은 악마의 도시였다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 자음과모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진다는 사실을 정말 아무도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아무도 경고벨을 울리지 않았을까. 워싱턴 금융 전문가들은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무얼 했을까.
이런 의문은 지금쯤 낡은 것이 됐어야 마땅하다. 만약 2008년 위기가 해결됐다면, 시효가 지난 질문은 벌써 일반인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원제 All the devils are here)’도 전문가용 반성문이 됐을 것이다.
불행히도 미국의 2008년은 현재진행형이다. 되레 규모는 커졌다. 위기는 금융시스템에서 실물경제와 국가재정으로, 다시 그리스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전역과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불씨는 모두가 두려워했던 그곳, 정치적 격변의 현장에 떨어졌다. 서구 엘리트들은 미국의 20대가 월가를, 유럽 실업자들이 브뤼셀(벨기에) 거리를 점령하는 걸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2008년을 되돌아보는 건 중요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전모를 500여쪽(한국판 기준)짜리 장대한 드라마로 펼쳐 보이는 이 책은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라는 자극적 제목이 암시하듯, 누가 죄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대지 않는다. 당시 금융기관, 모기지 업체, 규제기관 등에 종사했던 주요 인물 94명을 중심으로 2008년 위기라는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면서 책은 주범과 공범, 묵인하고 눈 감은 방조자, 잘못을 지적했으나 소극적이었던 방관자, 피해자를 하나씩 분리해낸다.
우선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대출사기 행각을 벌인 모기지 업체가 있다. 아메리퀘스트와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같은 모기지 업체를 이끈 롤랜드 아널, 안젤로 모질로 등이 주역들이다.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받고 저소득 대출자를 끌어들인 이들의 행각은 대출의 ‘폰지(피라미드 영업) 사기’로 불렸다.
일부 업체는 심지어 영업사원에게 각성제와 마약을 제공하고 대출서류 조작을 조장하며 거품을 키웠다. 한 직원이 폭로하길, 모기지 업체 신입직원에게는 ‘가위, 테이프, 화이트 수정액’이 선물로 주어졌다. 대출서류 조작의 세계에 들어왔음을 환영하는 신고식이었다.
무법자들의 외곽을 감싼 건 골드만삭스, JP모건, 메릴린치, 무디스 같은 금융기관들. 브라이언 클락슨, 데니스 웨더스톤, 짐 존슨 같은 월가 거물들은 사기대출 채권을 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며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다. 결국 부분의 위기를 시스템으로 전파시킨 건 대형 투자은행이었다. 이들은 또 혈세로 보너스 잔치를 벌여 결국 정치적 위기까지 야기한 장본인들이다.
금융업자들이 주범이라면, 공범은 워싱턴에 있었다. “자유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현대 금융상품을 옹호함으로써 똑똑한 사람인 척하고 싶은 욕심”에 빠진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 “자만심 때문에 현실을 올바로 보지 못한”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등이다. 파생상품을 규제하려다 밀려난 브룩슬리 본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 같은 피해자도 있다.
책은 법정 밖에서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선고’를 내린다. 용감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 힘은 정보가 준 자신감인 듯하다. 13년간 ‘포천’ 기자로, 3년간 골드만삭스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한 베서니 맥린과 ‘뉴욕타임스’ ‘포천’의 경제·경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한 조 노세라는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월가 인맥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 책을 탄생시켰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청문회와 저서, 인터뷰 등에서 했던 수백건 발언의 조각을 수집해 당시 행각을 드러내는 식이다.
다만, 책을 펼치기 전에 신발 끈을 조이듯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다. 범죄 현장은 가담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금융업. 그중 파생상품을 둘러싸고 스캔들이 벌어졌다. 그래서 혐의를 입증해나가는 과정이 여간 난해한 게 아니다. CDS(신용부도스와프), MBS(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 상품선물현대화법 같은 전문용어의 숲을 헤매다 보면 독서는 자주 길을 잃는다. 그래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팩트와 팩트를 이어 거대한 주장을 완성해간 저자들의 지구력은 놀랍다 하겠다. 믿고 따라가다 보면, 금융이 낯선 일반 독자도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무리는 없다.
제목은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도다”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구절에서 빌려왔다. 윤태경, 이종호 옮김.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GoodNews paper ⓒ
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14n20749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 / 베서니 맥린·조 노세라 / 자음과모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터진다는 사실을 정말 아무도 몰랐을까. 알았다면 왜 아무도 경고벨을 울리지 않았을까. 워싱턴 금융 전문가들은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무얼 했을까.
이런 의문은 지금쯤 낡은 것이 됐어야 마땅하다. 만약 2008년 위기가 해결됐다면, 시효가 지난 질문은 벌써 일반인의 관심사에서 멀어졌을지 모른다. 그랬다면 이 책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원제 All the devils are here)’도 전문가용 반성문이 됐을 것이다.
불행히도 미국의 2008년은 현재진행형이다. 되레 규모는 커졌다. 위기는 금융시스템에서 실물경제와 국가재정으로, 다시 그리스 이탈리아를 거쳐 유럽 전역과 아시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제 불씨는 모두가 두려워했던 그곳, 정치적 격변의 현장에 떨어졌다. 서구 엘리트들은 미국의 20대가 월가를, 유럽 실업자들이 브뤼셀(벨기에) 거리를 점령하는 걸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2008년을 되돌아보는 건 중요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전모를 500여쪽(한국판 기준)짜리 장대한 드라마로 펼쳐 보이는 이 책은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라는 자극적 제목이 암시하듯, 누가 죄인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머뭇대지 않는다. 당시 금융기관, 모기지 업체, 규제기관 등에 종사했던 주요 인물 94명을 중심으로 2008년 위기라는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면서 책은 주범과 공범, 묵인하고 눈 감은 방조자, 잘못을 지적했으나 소극적이었던 방관자, 피해자를 하나씩 분리해낸다.
우선 저신용자들을 상대로 대출사기 행각을 벌인 모기지 업체가 있다. 아메리퀘스트와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 같은 모기지 업체를 이끈 롤랜드 아널, 안젤로 모질로 등이 주역들이다. 터무니없는 수수료를 받고 저소득 대출자를 끌어들인 이들의 행각은 대출의 ‘폰지(피라미드 영업) 사기’로 불렸다.
일부 업체는 심지어 영업사원에게 각성제와 마약을 제공하고 대출서류 조작을 조장하며 거품을 키웠다. 한 직원이 폭로하길, 모기지 업체 신입직원에게는 ‘가위, 테이프, 화이트 수정액’이 선물로 주어졌다. 대출서류 조작의 세계에 들어왔음을 환영하는 신고식이었다.
무법자들의 외곽을 감싼 건 골드만삭스, JP모건, 메릴린치, 무디스 같은 금융기관들. 브라이언 클락슨, 데니스 웨더스톤, 짐 존슨 같은 월가 거물들은 사기대출 채권을 증권으로 만들어 투자자에게 판매하며 천문학적인 부를 쌓았다. 결국 부분의 위기를 시스템으로 전파시킨 건 대형 투자은행이었다. 이들은 또 혈세로 보너스 잔치를 벌여 결국 정치적 위기까지 야기한 장본인들이다.
금융업자들이 주범이라면, 공범은 워싱턴에 있었다. “자유시장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현대 금융상품을 옹호함으로써 똑똑한 사람인 척하고 싶은 욕심”에 빠진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부 장관, “자만심 때문에 현실을 올바로 보지 못한” 로버트 루빈 전 재무부 장관 등이다. 파생상품을 규제하려다 밀려난 브룩슬리 본 전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 같은 피해자도 있다.
책은 법정 밖에서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도덕적 ‘선고’를 내린다. 용감한 판단을 가능하게 한 힘은 정보가 준 자신감인 듯하다. 13년간 ‘포천’ 기자로, 3년간 골드만삭스에서 투자은행가로 일한 베서니 맥린과 ‘뉴욕타임스’ ‘포천’의 경제·경영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한 조 노세라는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월가 인맥과 정보력을 총동원해 이 책을 탄생시켰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청문회와 저서, 인터뷰 등에서 했던 수백건 발언의 조각을 수집해 당시 행각을 드러내는 식이다.
다만, 책을 펼치기 전에 신발 끈을 조이듯 마음의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다. 범죄 현장은 가담자들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는 금융업. 그중 파생상품을 둘러싸고 스캔들이 벌어졌다. 그래서 혐의를 입증해나가는 과정이 여간 난해한 게 아니다. CDS(신용부도스와프), MBS(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 상품선물현대화법 같은 전문용어의 숲을 헤매다 보면 독서는 자주 길을 잃는다. 그래도 절대 흔들리지 않고 팩트와 팩트를 이어 거대한 주장을 완성해간 저자들의 지구력은 놀랍다 하겠다. 믿고 따라가다 보면, 금융이 낯선 일반 독자도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무리는 없다.
제목은 “지옥은 텅 비었고, 모든 악마는 여기에 있도다”라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구절에서 빌려왔다. 윤태경, 이종호 옮김.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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