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에 관한 김수현 드라마...사랑도 잊혀질까?
[오마이뉴스 박은영 기자]
가스에 끓는 물을 올려놓은 채 외출하거나, 빨래를 하기 위해 세탁기를 여는 순간 며칠 전 널지 않은 빨래를 본 사람은 다 안다. 잊어버린다는 것은 때로 웃어넘길 수 없는 두려움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위험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경계는 어디쯤일까.
▲ 드라마 의 포스터 ⓒ sbs
에서 극중 수애는 형광펜의 이름을 잊어 '글씨에 줄긋는 것'이라고 말한다. 방금 주문한 카레가 왜 돈가스가 아니라고 우기기도 하며, 자신이 타고 온 차를 잊고 택시를 타기도 한다.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여자는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김수현 작가의 새로운 드라마 은 기억을 잃어가는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드라마 좀 본다는 사람은 김수현 작가가 한국 방송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명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43년생의 김수현 작가는 한마디로 '다이얼로그의 천재'다. 처음 김수현의 드라마가 다르다고 느낀 것은 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대가족의 이야기가 김수현을 손을 거치며 사이다에 띄운 레몬과 같이 톡 쏘는 맛을 냈다.
그것은 인물들의 또렷한 캐릭터와 거침이 없는 대사 때문일 것이다. 극중에 쏟아지는 대사는 인물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통 무슨 속인지 알 수 없는 사람은 없다. 그것은 에서 심은하가 토해내듯 말하는 '부셔버릴거야'처럼 어느 정도 보는 이의 기분을 시원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그것이 바로 김수현식 드라마다.
혹자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수현'이라는 이름만으로 보이는 관심과 높은 시청률만으로도 그의 작품에 매력이 있음을 증명한다. 사람들을 브라운관에 몰두하게 하는 매력 말이다.
을 시작으로 , 등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의 정서를 중요시 했던 그녀는 과 등 남녀 간의 사랑과 배신을 화두로 삼기도 했다. 그랬던 그녀가 애달픈 남녀들 사이에 '기억을 잃는 병'을 소재로 돌아온 것이다.
몸이 죽어가는 병을 '파킨슨'이라 한다면 정신이 죽어가는 병을 '알츠하이머'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알츠하이머를 다룬 이야기는 이미 와 이란 영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함께 공유한 추억뿐 아니라 상대마저 잊어가는 상황. 알츠하이머로 인해 충분히 슬픔을 안겨준 이야기들은 그것이 일반사람들에게 얼마나 감당하기 힘든 병인지를 알게 했다. 그렇게 힘겹게 펼쳐질 무거운 이야기를 김수현은 어떤식으로 풀어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가끔 김수현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너무 분명하고 정확해서 쉽게 정이 가지 않는 때도 있었다. 하지만 를 통해 등장한 수애와 김래원의 연기는 이런 나의 생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첫 회.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려진 슬픔을 고스란히 쏟아내던 수애의 눈물. 그리고 거역할 수 없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속죄하듯 고백하는 김래원의 쓸쓸한 눈물은 슬며시 안아주고 싶을 만큼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김수현 작가는 첫 회에 이별을 하고 그 아픔을 느낄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수애의 기억을 앗아가기 시작한다. 세상을 잊어가기 시작하는 여자와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의 사랑이야기. 김수현 식으로 채워질 아픔과 그래서 더 절실하게 다가올 삶의 순간을 기대해본다. 이것은 또 한 번 가슴에 남을 김수현의 드라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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出處: http://news.nate.com/view/20111019n2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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