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착한 사람이 잘 된다는 표본`
[오마이뉴스 조경이 기자]

▲ 서울 옥수동 심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심정운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정민
"엄태웅은 정말 바보 같은 사람이에요. 나랑 태웅이 형이 물건을 사면, 난 손해 하나도 안 보고 물건을 사고 물건을 되팝니다. 태웅이 형은 생전 남이 찾지도 않는 것을 비싸게 사서 팔 때는 또 헐값에 파는 늘 손해 보는 캐릭터에요. 바보 같을 정도로 자기 것을 못 챙기는 사람입니다.
일을 할 때도 좀 비슷해요. 배우들끼리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것 같지만 사실 굉장히 견제하기도 합니다. 카메라가 상대 배우 어깨에서 나를 찍고 있을 때, 보통 그 상대는 설렁설렁 대사를 맞춰줘요. 대신 자신이 카메라를 받을 때는 100%를 다 보이려하고요. 그런데 태웅이 형은 상대방의 호흡을 맞춰 줄 때도 자신의 감정 연기를 다 쏟아서 호흡을 맞춰줘요. 그래서 막상 자기 것을 할 때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태웅이 형을 만나서 13년 동안 같이 일을 하면서 요즘 느끼는 것은 절대적인 시간이 늦어서 그렇지 착한 사람들이 잘 된다는 것입니다. 그게 밝혀져서 너무 다행이에요. 우리 배우들 모두 모난 사람이 하나도 없고 모두 둥글둥글하고 착합니다. 특히 태웅이 형은 손해도 볼 줄 알면서 사는 사람인데, 지금 잘 돼서 너무 좋습니다."
엄태웅과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매니저가 있다. 매니저를 넘어서 이제 엄태웅의 가장 가까운 동생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 그가 바로 심엔터테인먼트의 심정운 대표다.
엄태웅과 심정운 대표는 경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국민대학교 영화학과을 같이 다녔고 지금은 건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석사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대학 때부터 함께 지냈고 자연스럽게 심 대표는 엄태웅의 매니저 일을 하게 됐다.
"엄태웅 100번이 넘는 오디션 떨어질 때 너무 힘들어"

▲ 심정운 대표 심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심정운 대표가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심대표가 CI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 이정민
13년 전 심정운 대표는 "무조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파이팅을 외쳤다. 하지만 무명의 시간은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길어졌다고.
"그때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던 것 같아요. 무조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모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무모한 도전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한 것 같아요."
무모하게 시작을 했지만 막상 그 과정을 버티기는 힘들었다고. 100번이 넘는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경쟁자였던 또래의 다른 남자배우들은 합격을 하는데 엄태웅이 떨어질 때마다 힘든 고비는 계속됐다. 그 자리에서 멈춰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는 것만 같은 상황은 몇 년 째 계속됐다.
"으로 무명의 시간 청산"

▲ 엄태웅 서울 건대입구역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영화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엄태웅이 질문에 답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 이정민
엄태웅이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명의 시간은 근 8년이나 됐고 이때 심정운 대표와 함께 한 기간도 무려 6년이나 됐다. 그러다가 그들은 2005년에 을 만나게 되면서 무명이 시간을 청산하게 된다.
"2002년도에 태웅이 형은 잠깐 다른 매니지먼트의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당시 현장매니저이고 이 업계를 잘 모르던 상황이어서 형한테 그 회사에 가는 게 맞다고 말을 했어요. 나는 경력도 거의 없는 매니저였고 친한 동생정도였죠. 진짜 가라고 했는데 태웅이 형이 1주일 있다가 술을 먹자고 했어요. 형이 '같이 살고 같이 죽어야지 그냥 가라고 할 수가 있냐'고 섭섭해 했어요. 그때 많이 슬펐습니다. 잘 돼서 가라고 한 것인데, 태웅이 형 마음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죠. 그때 울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헤어질 뻔도 했지만 같이 계속 함께 했고 2004년 말에 제가 옥수동에 옥탑방으로 들어가서 심엔터테인먼트를 차리게 됩니다. 창문도 잘 안 닫혀서 겨울은 너무 춥고 사무실이라고 할 수 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이었어요. 그래도 규모적인 부분에서 전혀 개의치 않았고 정말 열심히 뛰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05년 1월에 이 방송되면서 소위 주변에서 말하는 엄태웅이 뜨게 됐어요. 엄태웅이 잘 되고 나서 그 다음부터는 매년 저희 소속 배우들이 잘 됐어요. 서영희 김윤석 서우 유건 주원 엄정화 등 당시 멤버들 모두가 잘 됐어요."
"태웅이 형과 전국일주...뭘 해도 재미있었던 시절"
을 시작으로 엄태웅은 드라마 등에 연이어 주연으로 출연하며 한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저변을 확대하며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제 충무로로 그 영역을 넓히며 종횡무진하고 있다. 올해만 영화 3편의 작품에 엄태웅이 남자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렸다.
"대학교 때는 태웅이 형이랑 차를 타고 전국일주를 했어요. 한 달 동안 텐트를 치고 다니면서 돌아다녔어요. 지리산 계곡에서 자는데 비가 엄청 와서 계곡에서 떠내려 갈 뻔도 하고, 다음 목적지까지 운전해서 가는데 가위바위보 하고 빨개 벗고 운전하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아요.
요즘에 태웅이 형이랑 나랑 공감하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유명해지고 입지도 넓어지고 경제적인 부분도 나아지고 있는데 그때 추억했던 그만한 게 없다는 겁니다. 정말 그때는 우리 모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즐거웠고 뭘 해도 재미있었어요. 무명의 시간들도 너무 힘들었지만 다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지금 일 할 수 있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주위 사람들한테 감사하며 일을 하는 것 같아요."

▲ 심정운 대표 엄태웅과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지내온 매니저가 있다. 매니저를 넘어서 이제 엄태웅의 가장 가까운 동생이자 가족과 같은 존재. 그가 바로 심엔터테인먼트의 심정운 대표다.
ⓒ 이정민
그리고 예능 이다. 그 동안 강렬한 연기로 '엄포스'인 배우로 다가갔던 엄태웅은 전국민이 사랑하는 예능프로그램 에 출연하며 '엄순둥' 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소탈하면서도 착한 성격이 고스란히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대중적으로 친근한 '호감 배우'로 등극했다.
"사실 에서 3번의 제의가 왔었는데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혹시 배우의 일에 지장을 받을까, 예능을 하게 됐을 때 그로 인해 생기는 이미지가 어떻게 튈지 몰라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첫 방송하기까지도 잘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로 잠을 잘 못 잤어요.
첫 방송을 보고부터는 마음을 좀 놨어요.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예능은 예능으로 좋아해주시고 또 연기는 연기적으로 따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2011년도는 10년 넘게 봐온 엄태웅 중에서 가장 작품 수도 많고 CF도 가장 많았던 것 같아요. 예능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호감도도 올라가서 오히려 충무로에서 이전보다 더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예능에서 보이는 엄태웅의 다소 어리버리한 모습은 실제일까. 설정일까. 가까이서 13년 동안 그를 지켜본 심정운 대표라면 가감 없이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았다.
"에 나오는 엄태웅은 실제와 똑같습니다. 사실 순발력이 좀 떨어지기도 하고 셈 하는 것에 있어서는 좀 느리고 그래요. 남들이 보면 만능 스포츠맨처럼 보이지만 일단 '공'을 갖고 하는 운동은 전혀 못해요. 로 '국민개발'이라는 별명이 초반에 붙었는데 사실 구기종목은 정말 약해요. 다만 지구력은 뛰어납니다(웃음).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수영 이런 것은 발군의 실력자에요. 를 찍을 때도 그의 수영과 뛰는 실력은 검증이 됐어요. 실제 성격은 정말 순둥이 맞습니다."
심정운 대표와 엄태웅이 함께 한 13년의 세월을 듣고 있자니, 배우와 매니저의 친분이 아닌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낸 '불알친구'과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지금도 윗집에는 엄태웅, 아랫집에 심정운 대표가 함께 살며 이웃사촌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제 태웅이 형 장가를 보내야 한다는 심정운 대표의 속내를 듣고 있자니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심정운 대표는 마지막으로 "태웅 형과 내가 너무 이 시점이 정말 죽이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태웅이라는 배우가 노총각 아저씨이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인기도 금방 사그라진다는 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까불지 말자'고 서로 자주 이야기를 해요. 그런 생각으로 사니까 태웅이 형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늘 겸손하고 착한 배우입니다."

▲ 엄태웅이 연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무명의 시간은 근 8년이나 됐고 이때 심정운 대표와 함께 한 기간도 무려 6년이나 됐다. 그러다가 그들은 2005년에 을 만나게 되면서 무명이 시간을 청산하게 된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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